[목차]1)인상주의 음악이란? (특징, 화성, 색채감)2)드뷔시와 라벨의 비교 (작곡 기법, 스타일 차이) 3)대표곡 감상 포인트 (드뷔시 vs 라벨) 4)결론 |
19세기 낭만주의 시대가 끝나고 1918-30년대 초까지 1차 세계대전이 발전하면서 근현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근현대는 전쟁으로 인해 혼란, 불안, 인간소외 등이 심화되었던 시기인 동시에, 기술의 발달로 음악에서도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가능했던 시기입니다. 따라서 근현대 시대에는 이전처럼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과 같이 특정 사조를 지칭하지 않고, 다양한 사조가 혼합된 시기입니다. 다만, 특정 음악사조가 유행했던 시기는 근현대 중에서도 조금씩 상이한데요, 근현대 시기의 초기인 1910-20년대에 유행한 인상주의 음악부터 함께 알아봅시다!
인상주의 음악이란? (특징, 화성, 색채감)
인상주의 음악은 회화의 인상주의와는 유사한 측면도 있으나 약간은 다른 개념입니다. 미술에서 인상주의는 명확한 대상보다는 순간적인 대상의 인상을 포착하여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음악에서 인상주의란 모호함의 측면에서는 미술의 인상주의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에서 모호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5도, 8도 화성의 연속된 병진행로 인한 화성진행의 모호함, 교회선법, 온음음계 등의 음계 사용으로 기존 장단조 체계 탈피 및 조성감 해체, 종지적 진행 회피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기존의 장단조 화성진행을 따르는 음악을 해체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과 다른 점입니다. 또한, 낭만주의에서 특정 대상 혹은 이미지, 이야기에 대한 묘사가 주였다면, 인상주의에서는 특정 대상의 인상을 표현하여 청중에게 특정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분위기와 색채감을 강조하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상주의의 음악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전통적인 화성과 음향적 색채: 기존 화성어법의 I-IV-V-I 진행에서 벗어나 화성진행 및 종지감을 모호하게 하여 둥둥 떠다니고, 정체된 느낌을 주거나, 기존의 화성어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음들을 조합하여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병행 화음과 불협화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냅니다.
2. 새로운 음계의 활용: 기존의 장단조 조성 체계를 벗어나 온음음계(Whole-tone scale), 5음 음계(Pentatonic scale) 등을 사용합니다. 특히, 온음음계의 경우에는 반음이 없는 음의 조합으로, 해당 음계가 사용된다면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3. 리듬의 유동성: 전통적인 박자 구조에서 벗어나 혼합박자 등을 사용하여 흐르는 듯한 리듬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음악적 긴장과 해소를 조절합니다.
4. 악기의 활용에서 음색을 중시: 기존의 관현악법과 달리 악기들의 음색의 배합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특히 소리가 부드러운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배치를 섬세하게 고려함으로써 몽환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인상주의 음악은 감각적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특히 프랑스 음악사에서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드뷔시와 라벨의 비교 (작곡 기법, 스타일 차이)
인상주의의 대표적 작곡가는 크게 2명으로 설명이 됩니다. 둘 다 프랑스인으로, <베르가마스크>피아노모음곡 중 '달빛'으로 유명한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와 <볼레로>로 유명한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입니다.이들은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지만, 각자의 음악 스타일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1. 클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1862-1918)
드뷔시는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로 불리며, 전통적인 화성법을 해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장조·단조 체계를 벗어나 온음음계와 5음 음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음악에서 장단조 조성감이 잘 느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한, 병행 화음과 분산 화음을 활용하여 화성적으로 기승전결을 갖추기보다는, 부드럽고 흐르는 듯한 음향을 만들어냈습니다.
-대표곡: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Clair de Lune)', 《목신의 오후 전주곡 (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바다 (La Mer)》
2.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 1875-1937)
라벨은 드뷔시보다 더욱 정교한 구조와 리듬을 강조했으며,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 편성)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습니다. 또한 그는 인상주의뿐만 아니라 신고전주의적 요소도 도입하여 드뷔시보다는 선명한 리듬, 형식, 화성적 진행을 유지하는 편이었습니다. 또한 라벨은 스페인계 어머니의 영향으로 스페인의 리듬, 선율 등을 음악에 반영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스페인 춤곡 리듬이 담긴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볼레로>입니다.
-대표곡: 《볼레로 (Boléro)》, 《거울 (Miroirs)》, 《어미 거위 (Ma Mère l'Oye)》
드뷔시와 라벨의 음악은 공통적으로 인상주의적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드뷔시는 보다 몽환적이고 화성감 없이 흐르는 듯한 음악을 추구한 반면, 라벨은 보다 화성어법에 근거하여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작곡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대표곡 감상 포인트 (드뷔시 vs 라벨)
이번 글에서는 두 작곡가의 대표곡을 각각 1가지씩 꼽아 대조해 보겠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관현악곡이라는 점인데, 악기의 음색, 음계, 화성구조, 리듬의 측면에서 서로 다른 작곡가의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1. 드뷔시 – 《목신의 오후 전주곡》
- 플루트 독주로 시작되는데, 이 플루트의 부드러운 선율이 목신과 초원의 나른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 전통적인 화성 진행이 아니라 5도, 8도 병진행 화성 등 모호한 화성을 사용합니다.
- 리듬이 자유롭고 일정한 박자감이 없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을 줍니다.
2. 라벨 – 《볼레로》
- 스페인의 전통 리듬인 볼레로 리듬 패턴이 반복되는데, 하나의 악기에서 점점 악기가 추가되어 점진적으로 오케스트라 악기가 확장되는 구조를 가집니다.
-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면서 악기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 관악기와 타악기를 통한 색채적인 관현악 편성으로 음향적인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볼레로 리듬을 연주하는 타악기군과 선율을 연주하는 관악기군이 대조적인 음색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라벨의 <볼레로>는 통일성과 다양성을 모두 갖춘 곡이라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리듬의 반복, 2가지 선율의 반복 측면에서는 통일성을 갖추었고, 변화하는 악기구성의 측면에서는 다양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드뷔시는 기존의 화성어법을 탈피한 자유로운 화성 사용과 자유로운 리듬을 강조하는 반면, 라벨은 보다 정교한 화성 구조와 강한 리듬감을 중시하는 차이를 보입니다. 드뷔시와 라벨의 피아노곡 또한 이러한 작곡가의 다른 특성이 반영되는데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뿐만 아니라 '아라베스크', '파스피에',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물의 반영>에서도 화성 진행에서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인상주의 음악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음향과 색채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독창적인 음악 사조입니다. 드뷔시와 라벨은 이러한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곡가로, 각각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습니다. 드뷔시는 자유로운 화성 활용과 조성감 해체를, 라벨은 정교한 화성 구조와 색채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중시하며 각자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클래식에 입문하게 되면 많이들 알게 되는 드뷔시의 '달빛' 말고도 드뷔시와 라벨의 다양한 명곡이 많으니 한 번 들어보다 보면 색다른 명곡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