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1. 베르디 오페라의 음악적 특징2. 바그너 음악극의 음악적 특징 3. 대표작 비교: 베르디 vs 바그너 베르디 1)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2) 오페라 <리골레토> 3) 오페라 <아이다> 바그너 1)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2) 오페라 <탄호이저> 3)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
1. 베르디 오페라의 음악적 특징
이탈리아 출신의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와 독일 출신의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는 19세기 오페라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작곡가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 스타일과 철학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먼저, 베르디는 선율 중심의 음악을 추구했습니다. 그의 오페라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극적인 감정을 강조하며, 인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베르디 오페라의 대표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로, 베르디의 오페라는 감성적인 아리아로 유명합니다. 예를 들어 오페라 <라 트라비아라>에서는 '축배의 2중창', '꽃에서 꽃으로', '고백의 2중창', '가련한 내 운명이여',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파리를 떠나서' 등이 주요 아리아로 등장하는데요, 여주인공 비올레타와 남주인공 알프레도의 사랑을 하게 된 순간, 아버지의 반대,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낭만적으로 전달합니다. 오페라 <리골레토>에서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불러보거나 감상했을 '여자의 마음은'이라는 아리아가 대표적입니다.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여자들을 꼬시며 여자는 갈대처럼 변덕쟁이라서 쉽게 남자에게 넘어온다는 뜻을 담아 오만하게 거드럭거리며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두 번째로, 베르디의 오페라는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선율이 추가된 대사인 '레치타티보', 독창 부분인 '아리아', '중창', '합창' 등 고전적인 오페라의 요소를 포함합니다. 이러한 전통을 따르는 측면이 특징적인 이유는 바그너가 이와 대조되게 새로운 요소로 오페라를 뒤바꾼 측면과 대조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베르디의 오페라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루어집니다. 강렬한 감정선과 극적인 전개가 특징적이며, 현실적인 인물과 상황을 다룹니다. 이러한 당시 서민들의 현실적인 삶을 반영한 오페라를 '베리스모 오페라'라고 합니다. 베르디의 2기 작품이 주로 베리스모 오페라에 해당하는데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도 이러한 베리스모 오페라에 해당합니다.
2. 바그너 음악극의 음악적 특징
반면 바그너는 오페라를 단순한 음악극을 넘어 "종합예술체(Gesamtkunstwerk)"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극적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형식을 깨고, 오케스트라와 성악을 하나의 유기적인 요소로 통합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합예술체를 바그너는 "음악극(musikdrama)"이라 지칭했습니다. 말 그대로 드라마인데,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는 드라마인 것입니다. 초기에 바그너는 <리엔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탄호이저>, <로엔그린>오페라를 작곡하였지만, 종합예술체의 연구를 통해 후기에는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파르지팔>을 작곡하게 됩니다. 바그너 음악극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경계가 없습니다. 전통적인 오페라의 형식을 탈피하여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음악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도록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유도동기(Leitmotif)"를 사용했습니다. 특정 인물, 감정, 사건을 대표하는 동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극적인 효과를 줍니다. 이는 이전 독일 낭만 오페라의 문을 연 베버의 영향을 따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하얀 거탑>의 ost B Rosset은 어떤 반전이 있는 순간, 갈등이 고조에 오른 순간 등에 주로 사용되는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처럼 베버나 바그너는 유도동기를 사용하여 특정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해당 모티브를 사용해 주인공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거나, 사건에 적합한 음악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세 번째로,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무한선율"을 생성합니다. 바그너의 음악극에서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배경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음악극을 진행하는 3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오케스트라가 쉬지 않고 연주하는 선율을 "무한선율"이라고 합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매우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베르디는 인간의 감정과 노래의 선율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데에 주력한 반면, 바그너는 극적 표현과 관현악과 성악의 융합을 중요시하였습니다.
3. 대표작 비교: 베르디 vs 바그너
두 거장은 각각 수많은 명작을 남겼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르디
1)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라 (La Traviata, 1853)>는 춘희(동백 아가씨)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사교계에서 유명하지만 신분이 낮은 여성인 비올레타가 귀족 알프레도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아버지의 반대로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내다가 겨우 아버지의 동의를 구해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찾아가니 건강이 악화된 비올레타가 이미 죽어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오페라에서는 이후 광고음악으로도 많이 사용된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가 유명합니다.
2) 오페라 <리골레토>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 1851)>는 저주받은 궁정 광대 리골레토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광대 리골레토는 귀족들을 풍자하며 재롱을 부리는 역할을 하기에 귀족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합니다. 그러한 리골레토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예쁜 딸 질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질다가 만토바 공작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만토바 공작은 바람둥이기에 질다의 마음을 이용합니다. 딸을 함부로 한 만토바 공작에게 복수를 꿈꾸게 된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을 죽이려 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질다가 만토바 공작을 지키려고 하고, 결국에는 질다가 만토바 공작 대신 죽게 되는 비극에 이르게 됩니다. <리골레토>에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 오페라 <아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Aida, 1871)>는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대서사시적 오페라로, 웅장한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돋보입니다. 앞서 언급하였던 베르디 2기의 오페라 <라 트리비아타>와 <리골레토>가 인간의 서사와 감정에 관해 줄거리를 전개하였다면, 아이다는 국가적인 대규모로 작곡한 오페라입니다. 또한, <아이다>는 당시 유럽에서는 이질적인 나라, 즉 이국에 해당하는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국주의 오페라"라고 합니다. 이국주의 오페라는 동서양 문화가 담긴 오페라를 의미하므로, 이국주의 오페라에는 베르디의 <아이다> 말고도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국주의 오페라 <아이다>에서는 '개선 행진곡'이 유명합니다. 라다메스 장군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나오는 '개선 행진곡'은 씩씩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바그너
1)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바그너의 대표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Der fliegende Holländer, 1843): 저주받은 네덜란드 선장의 이야기로, 운명적인 사랑을 주제로 합니다.
2) 오페라 <탄호이저>
탄호이저 (Tannhäuser, 1845): 음유시인이자 기사 탄호이저의 구원과 속죄를 다룬 작품으로, 웅장한 합창과 유도동기가 특징적입니다. 방탕한 탄호이저가 향락에 빠져 살다가 엘리자베트라는 여인의 희생적 죽음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표곡으로는 '순례자의 합창'이 있는데, 이 곡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3)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사실 바그너의 명곡으로는 오페라보다는 음악극이 주요합니다. 특히 음악극 중에 <니벨룽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1876)>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루어진 4부작 대작입니다. 고전명작인 영화 <반지의 제왕>이 이 <니벨룽겐의 반지>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니벨룽겐의 반지>의 4개의 스토리는 시간의 흐름이 혼합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는 절대 반지를 얻은 자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저주 아래에, 이를 탐한 인간과 신들의 멸망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대표곡으로는 <니벨룽겐의 반지> '발퀴레'에서 '발퀴레의 기행'이라는 악곡이 유명합니다. 기행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하늘을 비행하는 느낌의 반복되는 베이스 선율이 특징적입니다.
두 작곡가 모두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을 남겼지만, 베르디는 인간사와 인간의 감정에 집중을 하였다면, 바그너는 독일 신화를 통해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베르디는 아리아 선율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반면, 바그너는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의 웅장한 구성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결론
베르디와 바그너는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서로 다른 스타일과 철학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발전시켰습니다. 베르디는 낭만시대 이태리의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로, 인간적인 감성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바그너는 오페라를 넘어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종합예술극 장르를 제안하며 "유도동기"와 "무한선율"을 통해 서사적인 극을 완성했습니다. 두 작곡가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면서 낭만시대 오페라를 즐겨봅시다. 그럼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